시한부 초컬릿 거절
- Posted at 2006/11/16 11:06
- Filed under 하루하루/비망록
하루 한끼 먹기도 힘든 가난한 나라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크게 출세한 가수가 있었다. 선물로 줄 초컬릿을 한아름 사들고 고향 아이들을 방문하려는데 메니저가 말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초컬릿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 아이들은 초컬릿을 먹지 못하게 가난하다는 표현을 몰라. 네가 초컬릿을 가져가면 먹는 순간은 달콤하고 행복하겠지만 앞으로 초컷릿을 생각할 때 마다 가난을 느끼게 될거야. 아이들을 괴롭히지 말자. 다른 방법으로 도울 수 있을거야."
오래전 일이라 누구에게 들었는지 또 어떤 맥락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내가 가난한 마을 아이이면서 메니저라는 생각이 든다. Cyworld에 반가운 방명록 새 글이 올라오거나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갑자기 연결되도 깊은 관심을 두지 못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면 내가 가지기 못했고 앞으로도 학업에 치이느라 당분간은 없이 지내야 하는, 보통은 당연히 지니고 있을 무언가를 떠올릴 테다. 그러면 나는 초컬릿을 먹은 후의 아이처럼 나의 빈곤함에 괴로워 하겠지. 혹시나 견디지 못해 무너지면 지금까지 끌고온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 매니저인 나는 아이인 내가 현실을 보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차단중이다. 요즘의 내게서 명랑함이 보인다면 가난해도 가난한 줄 모르는 아이의 처절한 명랑함일 것이고 어두움이 보인다면 매니저의 고뇌일 것이다.
혹시라도 연락이 되지 않아서 걱정하거나, 삐진 사람이 있을까봐 적어둔다.
"당신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당신을 가까이 하면 내가 아파서 당분간 피해있습니다"
아이가 계속해서 돈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초컬릿을 구걸하면 원할 때 초컬릿을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조있는 아이에게 구걸은 먹지 못하는 것 보다 더욱 괴롭다. 시간이 지나 아이의 경제형편이 좋아지면 제일 먼저 나에게 초컬릿을 주려 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리라. 내가 초컬릿을 가지고 찾아가리라. 그리고 다시는 가난해지지지 않으리 : 시간과 여유에 빈곤한 거지가 되지 않으리라.
p.s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우리 조금만 견디고, 다시는 주는 초컬릿도 마다해야 할 만큼 가난해지지 말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자가 그 맛을 안다고 하지 않나.
Posted by 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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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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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학업도 둘 다 놓치긴 싫은데..
어느 하나도 못잡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 -
캬.멋져 아주그냥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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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지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누가 시간좀 붙들어매줬으면 좋겠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