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는글 : 컴퓨터안에서의 자유, 컴퓨터로부터의 자유
- Posted at 2007/01/07 22:13
- Filed under 하루하루/비망록
우연히도 노트북이 고장났다. 학기중에 사운드카드가 고장나고 CD드라이브가 망가지더니 이제는 파워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방학중에는 컴퓨터를 쓸 일이 많이 없기 때문에 수리하는 대신 개강직전에 데스크탑을 새로 사기로 했다. 쓰지도 않는 노트북이 자리를 차지하게 할 수 없으니 상자에 넣어서 장롱 한켠에 치워두었다. 돌이켜보면 최근 5년 사이에 그 노트북만큼 내 삶과 밀접했던 녀석도 없었다. 그 전에도 집에는 언제나 공용 컴퓨터가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항상 내 차지이기는 했지만, "내 컴퓨터" 와 "내가 주로 쓰는 컴퓨터" 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학교 1학년에게 주어지는 엄청난 자유와 난생 처음으로 생긴 내 컴퓨터(게다가 들고 다닐 수 까지 있지)는 내 라이프스타일을 엄청나게 바꾸어 놓았다. 너무 많이 변해서 단순비교가 불가능하지만(고등학생과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변화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비교해보면 노트북이 없었던 시절만 못한 것 같다. 컴퓨터에 얾매이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모든 생활이 컴퓨터에 의존한다. 공부도 취미도 휴식도 사람과의 사귐도 컴퓨터를 통한다. 덕분에 존재하지 않았던 컴퓨터공학도 최원태가 빠른 속도로 자라났지만, 인간 최원태는 어리석어 진 것 같다.
이제서야 시작한 고민은 아니다. 2학년 초부터 이어져오는 고민이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은" 컴퓨터공학자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릴 수 없었다. 공부를 그만둘 수 는 없고, 대안을 찾을 수 는 없으니까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제 살을 깎아먺으며 버텨왔다.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나마 컴퓨터에 얽매이지 않는 컴퓨터공학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종이와 펜, 그리고 머리속에 들어있는 가상의 컴퓨터를 가지고 프로그래밍 하고 작업한다. 많은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대신 많은 생각을 하고, 최후의 순간에 느리게 프로그래밍한다. D.Knuth의 수기에 나온 표현대로 "돌에 새기듯이 코딩한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 그는 프로그래머라기 보다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수학자 처럼 보일 수 도 있다. 컴퓨터 앞에는 꼭 필요한 순간에만 앉으며 평상시에는 "컴퓨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작업"을 가능하면 컴퓨터 없이 수행한다. 컴퓨터를 이용하면 한자리에서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험의 폭이 재한되기 때문이며, 경험은 장기적으로 그의 사고의 폭을 더욱 넓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이 움직이는 속도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속도보다 빠른 것을 믿는다. 집중해서 사고하고는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한다. 그는 컴퓨터를 다루는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컴퓨터로부터도 자유롭다.
컴퓨터를 자유롭게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컴퓨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싶다. 2007년은 그 가능성을 실험해 보는 한해로 만들려고 한다.
Posted by 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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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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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좋아지겠군! (이게 아닌가?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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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안하면 눈이 일시적으로 좋아지기는 하는데, 다시 시작하면 원래보다 더 안좋아진다는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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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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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100%.
그런 의미에서 우리 irc 홀릭들은..... OTL -
맞긴 한데 말이지.... 그게 쉽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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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컴퓨터가 고장나서, 고치지만 않으면 쉽소.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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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보다 구속이 좋아
컴퓨터여 나를 붙잡아주오 ㅁ너ㅏㅣㅇ-
유키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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