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기타 배운다. 코드를 거의 제법 많이 잡을 수 있게 되었다. F나 B에서 언제나 GG를 때렸는데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부드럽게 연결된다. 기념으로 11시부터 2시까지(날자 변경선을 사이에 끼우고) 김광석의 곡을 쳐봤다. 리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모든 곡을 4bit 다운스트로크로 때웠다. 아직 왼손의 코드포메이션이 자동화되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리듬을 신경쓸 겨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곡이 그럴듯하게 연주되더라.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김광석의 곡을 직접 반주하면서 부르니 이 느낌이 또 각별하더라. 그간 김광석을 좋아하면서도 왜 정작 왜 좋은지 이유를 몰랐는데 (그냥 그의 노래가 진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연주해보니 알 것 같다. 슬픔? 답답함?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괴로움? 현실과 이상의 괴리? 청춘의 온갖 괴로움이 녹아있다. 이런 곡을 매일 불렀다고 생각하면 자살로 마감한 그의 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을 지망하는 한 친구가 주야로 김광석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에게 "너 그러지 말아라" 라고 충고했던 것도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광석이횽아의 곡의 저변에는 허무함과 슬픔이 짖게 베어있다. 그 허무와 슬픔에 정면으로 맞닥드리면 감수성 예민한 청년 한둘 자살하는것 쯤은 일도 아닐정도로 진하게. 이런 노래를 불렀던 김광석의 감수성은 아마도 하루하루를 견디기에는 너무 섬세했겠지. 예전에 허승이가 김광석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슬픈 목소리" 그이상의 수식어를 찾을 수 없다.

2. 일본 다녀오는 비행기에서 기내 음료수 서비스로 와인을 주더라. 나중에 기분내면서 즐기려고 레드와 화이트를 각각 한병씩 받아왔다. 레드는 빠알간 것이 맛있어 보여 진작에 마셔버렸고 화이트가 한병 남아있었다. 세시간쯤 광석이형 노래를 부르고 광석이형의 삶과 내 삶을 생각하다보니 남은 화이트와인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그 화이트와인은 이 때를 위해 존재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어처 사이즈라 나발을 부니 바나나우유 마시는 느낌으로 사라졌다. 기분이 적당한 선에서 술이 동났다. 나정도 주량에, 소주향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딱 좋은 패키지인 듯. 시중에서 파는지 모르겠다. 판다면 애용해야지.

3. 앞으로는 광석이형아 노래 부르기 힘들 것 같다. 당분간은 술 좀 쳐먹고 부르면 울어버릴 것 같고. 보다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내 삶이 그 노래들과 궤도를 같이하지 않을테니까.

Posted by 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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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D.L 2007/01/12 10:02 # M/D Reply Permalink

    기타는 어떻게 배우고 있냐?
    독학? 학원?

    1. 발당 2007/01/14 10:22 # M/D Permalink

      기타 잘치는 친구가 있어서 친구에게 배우고 있어요. 레슨비는 가끔씩 밥사는걸로 해결 :)

  2. erniea 2007/01/12 10:14 # M/D Reply Permalink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운 통기타 노래는 광석이횽의 '일어나'

    1. 발당 2007/01/14 10:23 # M/D Permalink

      광석횽아 노래중에 수능전에는 제일 좋아했고 지금은 세번째로 좋아하는 노래. 김광석노래 치고는 이상하게 밝은 편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처절한 노래가 아닐까.

  3. WinNie 2007/01/18 02:26 # M/D Reply Permalink

    나도 기타연습 시켜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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