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잠깐 쉬는 틈에 김동률의 엘범을 들었다. 입속으로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멜로디를 따라가는 중에 문득 와우가 머리를 스쳤다. 트롤 전사가 잃어버린 땅을 쏘다니는 장면. 잃어버린 땅의 디자인은 다시 지난 겨울 다녀온 아프리카의 자연과 연결되면서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지만, 김동률의 곡을 택한 의도와는 맞지 않아. 기대하지 않게 찾아온  마음이 환기와 약간의 당혹감 속에서 와우와 김동률이 어떻게 머리속에서 연결고리를 맺고 있는지 잠깐 생각해봤다.

그 날은 올해 2월 초였다. 새로 나온 김동률 앨범을 사서 집에 들어는 길에 와우의 계정이 20시간 쯤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CD를 틀고 와우를 다시 설치. 김동률의 음악이 반복하여 울리는 방에서 근 일주일간 와우를 달렸다. 케릭터는 몹을 잡아 경험치를 쌓고 내 머리에는 김동률의 곡조를 쌓았다.

나의 음악에 대한 감상은 그 곡을 처음 들었던 상황에 기대는 일이 많다. 짝사랑의 싸이에서 처음 접한 Pudding 앨범은 곡조와 무관하게 날카로운 절망감과 묵직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날 풀어야할 모든 과제를 끝낸 고3의 저녁날 벽에 기대어 처음 밀봉을 풀었던 Queen의 베스트는 강력한 청량감으로 기억딘다. 2학년 2학기 자료구조 과제를 함께한 Asoto Union은 내 기억속에서 더 없이 단단하고 따뜻하다. 가지고 있던 다른 음반이 없는 탓에 일본에서 수백번을 들은 긱스1집은 "삶"이라는 큰 단어와 연결 되어있다. 기억속에서 곡이 차지하는 위상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곡의 의미나 해석과는 상이하다.

별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김동률과 와우는 하나의 통합된 경험이 되었다. 와우도 좋고 김동률도 좋지만, 좋은 것 둘이 합쳐진 인상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김동률 엘범은 순수하게 김동률로 즐기고 싶었다.

Posted by 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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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앙 2008/04/01 20:10 # M/D Reply Permalink

    나도 예전에 거실에서 와우하면서 드라마를 봤더니, 드라마 보면 와우가 떠오르더군 ..

    근데 와우가 아니라 `가덤불'이 떠올라서 `가덤불'을 안 가면 드라마는 안 떠오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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