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장학금이 걸려 있고 또 누군가의 유학길과 누군가의 미래계획이 걸려있을 프로젝트 채점을 끝으로, 프로그래밍 원리 수업의 조교 업무가 끝났다. 시간사용과 고민한 분량과 기울인 노력을 돌이켜볼때 지난 학기(이렇게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나의 직업은 "프로그래밍 원리 조교" 다. 공부는 회사원 야학다니는 수준으로 했고, 연구는 교수님에게 까이지 않을 만큼 했다. 그래도 조교일에서 배운게 있으니까, 매주 한번 수업하고, 채점하고, 상담하고, 프로젝트 진행하고. 어거지로 수업으로 환산하면 이론 2학점에 실습 3학점짜리 전공과목쯤 될까.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교사가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인듯하다. 한 사람의 학생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가르칠 내용을 이해하고 한 사람 몫의 관심만 투자하면 되지만, 50명의 학생을 가르치려면 50명의 상관관계를 고민해야하니까. 잟 하는 녀석이 관심을 잃지 않게 재미있는 주제를 던져주면서 잘 따라오지 못하는 녀석이 따라올 수 있게 챙겨야하고. 학생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안타깝더라도 "고민할 분량"만큼 고민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그 와중에 자학하는 학생이 나올지라도 뒷짐지고 쳐다볼 수 밖에. 더 알려주고 싶어도 시간의 한계에 막혀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 따라오지 못하고 떠나가는 수강생을 말없이 보내주는 아쉬움. 점수를 주고 줄을 세운다는 것. 시간과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로 인해 학생이 기울인 노력과 성취의 만가지 얼굴을 다 고려해주지 못하는 아쉬움. 장례혁교수님이 컴퓨터 시스템 설계와 내장형과목에서 모두에게 좋은 학점을 주는 심정을 조금은 알것 같다. 그토록 머리 좋은 학생들이 머리를 쥐어짜게 만드는 문제를 내고 감독하기 위해 교수가 쏟아부은 열정의 양은 어떠할 것인가. 어마어마한 열정을 쏟아부은 학생들이 예뻐보이지 않겠는가. "모두에게 A를 주고 싶지만, 규정상 그럴 수 없다"는 말은 판에 박힌 멘트가 결코 아니다.
객관적으로 내 프로그래밍 원리 조교질(나는 이렇게 부른다)에 점수를 준다면 70점 정도. 기울인 열정의 총량에 90점을 주고, 열정을 꾸준히 기울이지 못한데서 10점을 뺀다. 다시 학생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5점 감점, 무리한 프로젝트를 강행한데 5점 감점이다. 하지만 다시 한다고 해도 비슷한 길을 조금더 나아진 방법으로 갈 뿐, 방침을 수정하지는 않으련다.
결정권자라는 자리가 가지는 무서움. 행정처리를 위한 다양한 스킬과, 여러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가운데 진척을 만들어 나가는 법. 그리고 열정을 세련되게 쏟아내는 방법.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경험. 프로그래밍 Geek처럼 지냈던 학부때는 결코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얻어간다. 내가 얻은 만큼 수강생들도 배웠을지.
돌아오는 월요일 부터 다시 대학원생으로 성실하게 살아야지.
Posted by 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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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조교님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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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근데 장례혁교수님은 의도한거야?(...)

